손님들이 건네주신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내봅니다.

손님들이 건네주신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내봅니다.

2026. 09. 07 <돈 주고도 못사는 편지>

편지들

드디어 첫 편지를 띄워봅니다. 


사실 손님들께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그동안 받은 편지가 많은데, 하나하나 답장을 건네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언제 불쑥 가게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오실지 모르니까요. 미리 써놓을 수도 없고 말이에요. 편지라는 건 모쪼록 요즘의 날씨나 근황 같은 따끈따끈한 이야기가 담겨야 제맛이잖아요. 그렇다면... 그때그때의 제 마음과 생각을 이곳에 진열해 보기로 했습니다. 뒤늦은 회신이라도 될 수 있게요. 혹은 앞으로 주고받을 편지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어요. 


이번 편지에는 최근에 하게 된 재미있는 생각 하나를 적어보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의미(혹은 가치)있는 무언가를 판별하는 방법]을 개발했거든요 :  ‘돈 주고 산’이라는 수식어를 대상 앞에 붙여보기만 하면 돼요. 어딘가 어색하거나 부정적인 인상을 (넘어 간혹 메스꺼움까지도) 유발한다면 , 그건 제게 틀림없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만 설명하면 좀 복잡하니까 샘플을 보여드릴게요.

예컨대 ‘돈 주고 산 가방’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응 그렇구나. 그래서 뭐?' 싶잖아요. 그럭저럭 아끼는 물건일 수는 있지만, 의미나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거예요. ‘돈 주고 산 권력’, ‘돈 주고 산 명예’라고 하면, 아니꼽긴 해도 하도 흔한 일이라 그런지 이 또한 별로 거슬리지 않네요. 아무래도 권력이나 명예는 저한테 별 의미나 가치가 없나 봅니다. 한편, ‘돈 주고 산 고양이’. 어떤가요? 어색하고 힘들어요. 출근길마다 지나치기가 고역인 충무로의 펫숍들이 떠오르네요. 이로써 저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친구들임이 증명되었어요. 하나 더 해볼까요. ’돈 주고 산 애인’… 메스껍습니다… 그래요. 그는 틀림없이 제게 의미 있네요…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편지가 제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말하고 싶어서 그래요. ‘돈 주고 산 편지’라… 너무 어색하죠. 그리고 상상만해도 비참하지 않나요. 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은 절대로 돈주고 살 수 없는데, 그 거푸집이라도 돈으로 갈구해 보고 싶은 어떤 외로운 사람이 떠오릅니다. 역으로 말하면, 편지가 오가는 삶은 의미와 가치를 가득 품은 풍요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먼저 편지를 건네는 것이겠지요… 


제게 편지를 건네주신 모든 선물가게 손님들의 풍요로움과 그 걸음을 나란히 하고 싶어요. 


또 편지할게요!

 


2026. 09. 07


동구리 드림